AI 때문에 한국에 원전 20기가 더 필요하다고? 숫자를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한국 원전 20기 규모 비교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한국에 원전 20기 분량의 전력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원전 20기.

숫자만 보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ChatGPT 같은 AI를 사람들이 많이 쓰기 시작했다고 갑자기 원전을 20기나 더 지어야 한다는 뜻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 뜻은 아닙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전력수요 전망을 뜯어보면 어디서 '원전 약 20기'라는 숫자가 나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40년 한국에 필요한 전력이 갑자기 크게 늘었다

2026년 8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제시된 전망에 따르면 2040년 최대전력 수요는 158.4~165.0GW로 전망됐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4월에 제시됐던 전망은 131.8~138.2GW였습니다.

불과 몇 달 사이 전망치가

약 26.6~26.8GW 증가한 것입니다.

왜 이렇게 갑자기 늘었을까요?

단순히 사람들이 에어컨을 더 많이 사용해서 생긴 변화가 아닙니다.

정부 전망에서 큰 영향을 준 것은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신규 전력수요였습니다.

그럼 '원전 20기'는 어디서 나온 숫자일까?

여기서 재미있는 계산을 하나 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건설되는 한국형 대형 원전 AP1400의 설비용량은 한 기당 약 1.4GW입니다.

새롭게 늘어난 최대전력 전망치 약 26.7GW를 단순히 1.4GW로 나누면

26.7 ÷ 1.4 ≈ 19.1

즉 대형 원전의 설비용량 약 19기와 비슷한 규모가 나옵니다.

그래서 '원전 약 20기 분량'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한국이 원전 19~20기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계산은 아닙니다.

26.7GW라는 추가 최대전력 전망치를 원전 한 기의 설비용량과 단순 비교해서 크기를 체감해본 것입니다.

실제 전력 공급은 원전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가스발전, 에너지저장장치, 전력망 확충 등 여러 수단을 함께 고려하게 됩니다.

AI 데이터센터만 27GW를 먹는 것도 아니다

또 하나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26~27GW 증가분 전체가 AI 데이터센터 때문인 것은 아닙니다.

정부의 2040년 전력수요 재전망에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반영됐습니다.

공개된 전망을 보면 반도체 관련 수요 증가가 특히 큽니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2040년까지 상당한 규모의 전력수요가 예상되지만, 모든 발표된 데이터센터 계획을 그대로 반영한 것도 아닙니다.

사업 위치와 구체성이 확인된 계획 등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AI 사용 증가 → 데이터센터 증가 → 원전 20기 필요

처럼 한 줄로 연결해버리면 실제 내용과 달라집니다.

그런데 AI가 전기를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일까?

이 부분은 사실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 약 945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수준이며, IEA는 그 증가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AI를 꼽고 있습니다.

특히 AI 연산 자체의 효율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지만 AI를 사용하는 사람과 서비스가 더 빠르게 늘어나면 전체 전력 사용량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 한 대의 연비가 좋아져도 도로 위 자동차 숫자가 훨씬 많이 늘어나면 전체 기름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국에서는 반도체까지 같이 전기를 먹는다

한국에서는 문제가 조금 더 복잡합니다.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공장은 대표적인 대규모 전력 소비 시설입니다.

별셈소에서 최근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직접 계산해봤는데,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큰 만큼 생산시설 확대에 필요한 전력 문제 역시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 반도체 수출은 줄었는데 한국 전체 수출은 왜 늘었을까?

결국 앞으로는 '반도체를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뿐 아니라 그 공장과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도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전기가 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많이 생산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전기를 실제 데이터센터나 공장까지 보내려면 송전망과 변전시설도 필요합니다.

한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사업에 대해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제도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행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령에서는 일정 조건에서 10MW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려는 사업자를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전기를 얼마나 생산하느냐'와 함께 필요한 곳까지 전기를 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결국 원전 20기 이야기는 이렇게 봐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 정부의 2040년 최대전력 전망이 기존 전망보다 약 26.6~26.8GW 높아졌습니다.

② 증가분에는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산업 투자가 큰 영향을 줬습니다.

③ 약 26.7GW를 AP1400 원전 한 기의 설비용량 1.4GW와 단순 비교하면 약 19기가 나옵니다.

④ 이것은 '한국에 원전 19기를 반드시 새로 지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숫자가 보여주는 핵심은 다른 데 있습니다.

AI 경쟁이 이제 컴퓨터 성능만의 경쟁이 아니라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의 경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AI에게 몇 초 만에 질문하고 답을 받는 동안, 그 뒤에서는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발전소와 전력망이 함께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 2040년 전력수요 27GW 증가, 대형 원전 19기 용량
2040년 최대전력 수요 전망 158.4~165.0GW와 기존 전망 대비 26.6~26.8GW 증가 수치를 참고했습니다.

• 국제에너지기구(IEA) - Energy and AI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30년 약 945TWh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참고했습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령 제25조
10MW 이상 전기를 사용하려는 사업자에 대한 전력계통영향평가 관련 규정을 확인했습니다.

※ 이 글의 '원전 약 19~20기'는 추가 최대전력 수요 전망치 약 26.6~26.8GW를 대형 원전(AP1400)의 설비용량 1.4GW와 단순 비교한 값입니다. 실제 필요한 신규 원전 건설 대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