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자동차 도난이라고 하면 창문을 깨거나 열쇠를 훔치는 모습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요즘 자동차는 스마트키뿐 아니라 스마트폰 앱, 블루투스, NFC, UWB, 통신망, 차량 소프트웨어까지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조금 무서운 질문이 생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처럼 누군가 노트북을 켜자 모든 자동차의 핸들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식으로 이해하면 실제 위험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차량마다 구조와 보안 방식이 다르고, 공격 대상도 스마트키부터 차량 앱 계정까지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자동차에서 해킹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가 아니다
요즘 자동차를 하나의 거대한 전자기기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자동차 해킹'에는 사실 서로 전혀 다른 문제가 함께 섞여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방법은 스마트키 '릴레이 공격'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차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차량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에서는 차량이 주변의 정상적인 키를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는 구조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무선 인증 과정에서 키가 실제로 차량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방식이 오래전부터 연구돼 왔습니다.
이를 흔히 릴레이 공격(Relay Attack)이라고 부릅니다.
자동차 → "내 키 근처에 있어?"
스마트키 → "응, 나 여기 있어."
라는 통신 사이에 다른 장치가 끼어들어 신호를 멀리 전달하는 개념입니다.
국내에서도 차량과 스마트키의 RF 통신을 대상으로 해킹 공격과 취약점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마트키가 있는 모든 자동차가 똑같은 방식으로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차량 세대와 제조사, 스마트키 방식, 거리 측정 기술 등에 따라 보안 구조가 다릅니다.
그럼 최신 디지털키는 더 안전할까?
최근 차량에는 스마트폰을 자동차 키처럼 사용하는 디지털키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디지털 키 2를 예로 들면 차량에 따라 NFC뿐 아니라 블루투스와 UWB 기술을 이용합니다.
특히 UWB는 단순히 신호가 강한지를 보는 것보다 기기 사이의 거리를 더 정밀하게 판단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현대차 공식 안내에서도 UWB 지원 스마트폰을 이용한 근접 도어 잠금·해제와 차량 시동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놓치기 쉬운 것은 '차량 앱 계정'
사람들은 자동차 해킹이라고 하면 차량 자체를 뚫는 장면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와 연결된 스마트폰과 계정 보안 역시 중요합니다.
차량 제조사와 차종에 따라 앱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은 다르지만, 원격 도어 제어·차량 상태 확인·위치 확인·원격 시동 등이 제공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차량 앱 비밀번호를 다른 사이트와 똑같이 사용하거나 오래된 스마트폰에 로그인 상태를 그대로 남겨두는 것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차는 무엇부터 확인하면 될까?
어려운 자동차 보안 용어를 전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정도만 확인해도 자신의 차량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돼 있는지 대략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해당 항목이 많다고 해서 자동차가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내 차가 단순한 물리 열쇠만 사용하는 차량이 아니라 여러 디지털 연결 기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스마트키는 집 어디에 두는 게 좋을까?
키리스 방식 차량을 대상으로 한 릴레이 절도 예방 안내에서는 스마트키를 차량이나 집 바깥쪽 벽·현관 가까이에 두지 않는 방법이 자주 권고됩니다.
영국 경찰의 차량 도난 예방 안내에서도 키리스 차량의 경우 집에서 자동차 키와 예비키를 차량에서 최대한 떨어진 곳에 보관하고, 필요한 경우 신호 차단 파우치 등을 사용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호가 차단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자신의 차량 설명서에서 스마트키 무선 기능을 끌 수 있는지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차량 앱은 이렇게 관리하면 된다
차량에 따라 기능과 메뉴가 전혀 다르므로 실제 설정 방법은 제조사 공식 앱이나 차량 사용설명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해킹되면 달리는 자동차의 핸들도 마음대로 움직일까?
여기가 가장 오해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자동차 해킹이 가능하다'는 말과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누구나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조종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다릅니다.
자동차에는 여러 전자제어장치와 통신망이 있고 각각의 기능과 접근 조건도 다릅니다.
스마트키 공격처럼 차량에 들어가거나 시동을 허용받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차량 앱 계정 문제처럼 원격 서비스가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지금 정부까지 자동차 사이버보안 훈련을 할까?
자동차의 연결 기능이 계속 늘어나면서 이 문제는 단순히 미래 이야기로만 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9월 15일 경찰청·현대자동차와 함께 자동차 사이버보안 사고 대응 민·관 합동 모의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사고 신고부터 상황 분석, 대응과 종결까지 기관 간 공조 절차를 점검하기 위한 훈련이었습니다.
오늘 당장 모든 자동차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자동차가 더 많은 소프트웨어와 통신 기능을 사용하게 될수록 교통안전과 사이버보안을 따로 생각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자동차도 이제 '비밀번호가 필요한 기계'다
자동차도 해킹될 수 있을까?
가능한 공격 경로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럼 모든 스마트키 차량이 쉽게 뚫릴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차량과 기술 세대에 따라 보안 방식이 다릅니다.
운전자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스마트키 보관 위치, 차량 앱 계정, 공유된 디지털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정도부터 확인하면 됩니다.
핵심은?
자동차를 이제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여러 계정과 무선통신이 연결된 기기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자동차 보안이라고 하면 문을 잘 잠그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앞으로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붙을 것 같습니다.
문도 잠그고, 계정도 잠그기.
자료 출처
국토교통부·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자동차 사이버보안 위협, 민·관 원팀으로 대응한다
한국정보통신학회논문지 — 차량과 스마트키 RF통신에 대한 해킹 공격 및 취약점에 대한 연구
West Mercia Police — Protect your keyless entry car
차량별 스마트키·디지털키·원격제어 방식은 제조사와 연식에 따라 다릅니다. 실제 보안 설정과 지원 기능은 해당 차량의 공식 사용설명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